때아닌 호랑이와 사자 중 누가 더 셀까라는 질문이 고개를 든 요즘인데요, 바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31년 만에 최정상에서 만났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가 31년 만에 맞붙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집중되어 있지만, 계속된 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KBO는 22일 “이날 오후 4시부터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KBO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및 오후 6시 30분으로 예정된 2차전이 23일로 순연됐다”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KBO는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정상적인 경기 개최를 위한 그라운드 정비 시간이 약 3시간 이상으로 예상돼 오후 4시 정상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됐다”며 “또한 오후부터 기상청의 비 예보가 있어 두 경기를 순연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차전 경기는 23일 오후 4시부터 경기가 중단된 6회초 삼성 공격 노아웃 1,2루 상황에서 재개됩니다. 경기가 9회 종료 시 동점인 경우에는, 연장전이 실시됩니다. 이어서 2차전은 1차전 경기가 종료된 1시간 이후에 시작됩니다. 단, 1차전이 오후 5시 30분 이전에 종료될 경우 2차전은 예정대로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됩니다.
중단된 1차전의 관람객 입장은 1차전 티켓 소지자에 한해 가능하며, 별도 재예매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2차전의 관람객 입장은 기존 2차전 예매자에 한해 가능합니다.
1차전 6회 서스펜디드 상황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김헌곤 선수가 선두타자로 나와 네일 선수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가 1 vs 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 2루 주자 디아즈 선수에 1루에는 강민호 선수가 나가 있습니다. 타석에는 삼성 6번타자 김영웅 선수가 있습니다. 볼카운트는 1-0입니다.
21일 한국시리즈 광주 1차전이 6회 폭우로 인해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 된 가운데 22일 경기마저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되며 23일 이어질 경기의 같은 상황에서 삼성 벤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사 1,2루에서는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어 추가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것이 보편적 판단입니다. 정규시즌 지표는 참고 자료지만, 삼성 라이온즈은 올 시즌 무사 1,2루 강공 작전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정규시즌 무사 1,2루에서 60타수 14안타로, 팀타율이 0.233에 불과했습니다. 병살이 8차례 나온 가운데 희생번트 작전이 성공한 것은 9차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타석에 서 있는 김영웅 선수도 무사 1,2루에서는 6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0.167로 정규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시즌 김영웅 선수가이 무사 1,2루에서는 희생번트 기록이 없는 것도 들여다볼 대목입니다. 김영웅 선수는 올시즌 희생번트가 1개뿐이었습니다. 무사 1,2루에서는 상대 내야진이 100% 번트 수비로 3루로 뛰는 2루 주자를 노릴 경우, 번트 타구 속도와 방향이 정교해야 합니다. 때문에 희생번트의 경험이 부족한 김영웅 선수에게 삼성 라이온즈 벤치가 어떤 작전을 하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삼성이 희생번트를 선택하고 김영웅 선수가 작전을 잘 수행하여 1사 2,3루를 만든다면, 7번 박병호 선수가 타석에 서게 됩니다. 박병호 선수는 올시즌 2,3루에서는 6타수 1안타에 볼넷 2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KIA 배터리는 1사 2,3루로 몰리고 박병호 선수를 만난다면 고의4구로 만루 작전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다음 타순에서는 윤정빈 선수가 출격하게 됩니다. 윤정빈 선수는 올시즌 만루에서는 4타석 3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 1타점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KIA는 올해 정규시즌 무사 1,2루 수비 상황에서 마운드가 견고했던 편입니다.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는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82타수 17안타로 피안타율이 0.207에 불과했습니다. 희생번트는 8개를 내줬는데 같은 상황에서 삼진도 20개나 뽑아내는 억제력을 보였습니다.
삼성의 창과 KIA의 방패. 기록상으로 KIA의 위기 관리가 더 좋아 보입니다. 때문에 삼성 라이온즈가 어떤 선택을 할지 시선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경기는 아직 6회. 잔여 이닝이 많아 갈 길이 멀기에 김영웅 선수를 제외하고 희생번트를 위한 대타를 내기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대타와 대주자 카드를 꺼내기는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경기 덕아웃에서 헬멧을 쓴 채 방망이를 들고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는 구자욱 선수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습니다. 구자욱 선수의 모습에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하였는데요,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 선수가 경기 도중 덕아웃 앞에서 몸을 푼 것을 두고 “그 상황에서 바로 투입하기보다 선수 스스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경험 있는 선수가 알아서 움직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KIA 타이거즈가 정규시즌처럼 무사 1,2루 위기에서 수준급 실점 억제력을 보일까. 아니면 정규 시즌 팀홈런 1위를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의 막강 화력이 불을 뿜게 될까요. 한국시리즈 역사에 남을 서스펜디드게임의 출발점으로부터 여러 시나리오가 따라붙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