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r.Kwak_일상/독일에서 살아가기

[우당탕탕_독일생존기]#03. 자 이제 시작이야 (안멜둥 하러 갑니다.)

o헤어곽o 2020. 4. 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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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거주 2주 차. 오늘은 거주지 등록. 독일어로는 [Anmeldung-안멜둥]을 하러 갑니다.

안멜둥은 독일에 거주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누구나 해야 하는 기본적인 절차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외국에 나올 때 자주 사용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지신 분들은 안멜둥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이후에 은행 계좌 개설이라거나, 인터넷 연결 등 기타 업무처리에 있어서 안멜둥서류는 기본이 되는 서류이기 때문에, 워홀비자로 나오시더라도 초반에 안멜둥을 꼭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추가적인 정보로 독일에 나와서 처음 거주지 등록을 하는 경우를 안멜둥, 이사를 가셔서는 [Ummeldung-움멜둥] 그리고 독일에서의 생활을 하고 귀국을 하는 경우에는 [Abmeldung-압멜둥]을 해야 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안멜둥을 하는지 짧고 간략하게 설명을 드릴게요.

인터넷에 많은 정보들을 보셔도 알 수 있겠지만, 독일 관청의 업무처리라는 게 한국과는 상이한 점이 꽤나 있습니다. Termin[테어민]이라고 하는 예약시스템이 있는데요, 말이 예약이지, 방문을 하면 

"다음에 언제 오세요~" 하고 이야기를 해주는 격입니다. 이는 시청뿐만 아니라 은행, 외국인청, 심지어 병원들마저도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니, 처음 오시면 가슴속에 참을 인자를 10번, 아니 100번씩은 외우셔야 할 거예요. 

자, 일단 방문을 해서 Termin을 잡습니다. (간혹 지방의 소도시들은 Termin 없이 바로 업무를 처리해주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도시들이 Termin이 있으니 이 경우로 설명을 드릴게요.)

그러면 다음에 방문을 할 때, 이러이러한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를 해줄 거예요.

하나. 여권. 

둘. 안멜둥 신청서류.

셋. 거주계약서(Wohnungsberbestätigung) 이 필요합니다.

 

자, 이제 Termin 날짜에 Amt(관공서)에 가셔서 업무를 처리하면 됩니다.

독일에서는 저희끼리 케바케[Case by Case -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 이유는 도시마다, 그리고 같은 도시에서도 관공서 직원의 성향에 따라서 업무처리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는 등, 사람에 따라 혹은 그때그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안멜둥이나 비자 신청을 하신다면, 부디 평온한 마음을 가진 직원분과 업무를 처리하는 행운을 가지시길 기원해봅니다!!

 


자, 그럼 Anmeldung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헤어곽의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헤어곽이 있던 Freiburg의 괴테 어학원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안멜둥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어차피 안멜둥은 어딜 가나 꼭 해야 하는 것, 도와준다는데 마다할 일이 있나요? 바로 신청을 합니다.

신청을 하니 어학원에서 서류를 주고 기입을 하라고 하는데, 이게 아마 안멜둥 신청서류인 듯해요.

(그때는 몰랐죠. 이게 뭔지 저게 뭔지. 그저 쓰라니까 쓰고 사인하라니까 사인하는 수동적인 인생이었죠.)

그러고 나서, 시청으로 갑니다.

 


인솔자의 안내하에 (물론 위치가 어디인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지. 관심이 1도 없었죠) 시청으로 이동을 합니다. 도착을 하니 한국처럼 로비가 있고, 기계에서 처리하려는 업무를 선택한 후, 번호표를 받아 들고 기다리면 됩니다.

여기서 에피소드. 딱 제 앞에서(제 뒤에는 프라우리가 있었죠.) 용지가 다해서인지 용지가 안 나오더라고요. 어째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뒤에서 기다리던 독일인(으로 추정되는 분)이 번호 눌렀으면 그냥 그 번호 기억했다가 들어가면 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모든 게 처음인 저로서는 '아 그렇구나.'하고 번호만 기억하고 기다려서 대기하고 있는데, 인솔자가 갑자기 왈.

 

"너네 번호표 뽑았어?"

"아니, 용지가 없어서 번호 기억하고 있는데?"

"아니야 무조건 용지 뽑아야 해. 가서 다시 뽑아."

"응..." (그놈 어디 있어!!!!!)

 

그렇게 번호표를 뽑아 들고 보니, 용지가 새로 투입된 후 많은 사람들이 이미 번호표를 뽑았는지 앞서 뽑은 친구들과 저희 사이에는 15번가량의 차이가 나더라고요. 이 말인즉슨, 대부분의 친구들이 업무를 마무리하고 나올 때까지 저희는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었죠. 

그런데 그때, 인솔자가. 아니 인솔자라는 사람이.

 

"너희 번호는 너무 뒤에 있어서 우리가 다 함께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너네끼리 기다리다가 번호 부르면 들어가서 처리하고, 스스로 기숙사로(혹은 학원으로) 돌아갈 수 있지?"

"응..."

 

응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칸칸이 방으로 되어 있어서 시청 직원이랑 일대일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서류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긴장도 되고, 여하튼 아무 생각이 없이 응이라고 했어요. 지나고 나니 드는 생각이

'아니 인솔자라고 데리고 왔으면, 집에 갈 때까지 함께 있어주는 게 예의이고 기본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뭐, 생각보다 업무처리를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고(직원이 제 말을 이해해주고 대답해주니, 자신감이 조금 붙었더랬죠.) 아무 탈 없이 업무를 마쳤다는 기쁨에 저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죠 XD

 

이후에 이사를 계속하면서 움멜둥, 비자 변경, 비자 연장 등 많은 업무를 보러 관공서를 다녀왔지만 이때만큼 떨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자, 그래도, 첫 번째 업무를 무사히 마쳤으니 잘했다, 장하다 궁디팡팡이라도 해줘야겠죠?

그래서, 오늘도 맥주 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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