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하!!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일상 이야기로 돌아온 헤어곽입니다.
요즘 대학교 시험이 코앞이라 수업을 되짚어보면서, 덩달아 포스팅을 하느라 최근에 이상한 독일어로 된 포스팅이 많이 올라왔죠? 그래도 꾸준히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고, 공부에서 조금 벗어나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Schneeballen : 눈싸움을 하다, 눈덩이를 던지다

슈니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독일 북부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몇 주 동안 꾸준하게 눈이 자주 내렸습니다.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하얗게 눈꽃이 피어있는 창밖의 모습에 예쁘다를 중얼거리며 일어나며 내심 즐거웠는데요, 이 눈이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됩니다.
네, 말 그대로 어떤 꼬맹이(처음에는 꼬맹이인지 어른인지, 누군지, 왜인지도 몰랐습니다.)가 창문에다가 눈을 던지기 시작하더군요. 한 번, 두 번, 하루에도 수차례, 눈만 오면 찾아와서 창문에 대고 눈을 던집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누가 이러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르겠습니다. 꼬맹이들은 몇 주 동안의 시달림 끝에 잡긴 했지만, 경찰 동행하에 사과 아닌 사과만 받고 끝이 났습니다. 왜 경찰까지 동행하게 되었냐고요? 꽤나 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시작해볼게요.
코로나로 인해서 온라인 강의가 이어지고 있는 이번 학기도 제 주된 포지션은 집. 그중에서도 거실에 위치한 제 책상 머리맡이었습니다. 하루의 70% 이상을 이 자리에 앉아서 강의 듣고, 과제하고, 먹고, TV도 보는 주된 생활공간입니다. 유학생의 신분에서 그리 큰 집에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집 또한 그리 크지 않은데요, 창문을 등지고 앉아있으면서 창문과 제 뒤통수의 거리는 1m 정도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눈이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퍽. 하는 소리에 뭐지 하고 뒤를 돌아보면 창문에 선명하게 눈덩이 자국이 있습니다.

동네 꼬마 아이들의 장난이겠죠?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뭐 눈 오니까 신이 나서 이겠죠. 30분 뒤, 또 한 번 퍽. 또 잠시 뒤 퍽. 하루에 몇 번을, 심하게는 십여 차례 던집니다. 한 번은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실루엣이 보입니다. 2명의 남자아이. 완전 꼬맹이라고 하기에는 좀 큰, 10대 초중반으로 되어 보입니다. 그러다 또 한번은 스트레스에 견디다 못해 또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려고 보니, 웃으며 도망가는 얼굴이 딱 보입니다. 시원하게 욕을 해줬죠. 한국어, 독일어, 영어. 사자후를 갈겨줬습니다. 골목에 몇 집이 창문을 열고 쳐다보더군요. 이웃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제 스트레스는 풀어야 했습니다.
진짜 사자후를 갈겼으니, 또 오진 않겠죠? 저 나름 한 덩치 하거든요.
검은 머리의 건장한 동양 아저씨가 죽일 듯이 소리 지르는데 또 하진 않겠죠?
아뇨. 끝이 없습니다. 또 던지고 도망가고, 낄낄거리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골목을 지나는 사람과 마주치면 하나같이 이야기합니다.
두 명의 Junge(남자아이)라고.

뭐 어쩌겠습니까. 참아야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심각하지 않습니까?
눈을 던지고 애들이 도망간 뒤, 창문 상태입니다. 창문에 눈이 붙어있는 것은 기본, 방충망이 구멍이 나고, 바닥에는 그 눈들이 녹아서 생긴 물들로 흥건합니다.

다른 집들이요? 멀쩡합니다. 저희 집에만 던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자기들도 외국인으로서 독일에서 사는 처지인데, 같은 외국인들끼리 왜 이러는 걸까요?
결국 터졌습니다. 하다 하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눈을 집어던집니다.
2년 전 겨울 곰팡이로 인해 한바탕 난리를 부리고, 집주인과 책임소재로 대판 싸우고 곰팡이 제거하느라 한 달가량을 거실을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보수공사를 한 터라 곰팡이에 민감해, 샤워를 하거나 요리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일인데요, 저녁을 준비한 후 환기를 시키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퍽하는 소리가 또 들립니다.
창문에 묻어있는 눈, 그리고 집안 바닥에 흥건하게 녹아있는 눈자국과 물들.
말 그대로 꼭지가 돌아버리더군요.
와이프에게 "나 욕 좀 할게." 하고서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왠지 또 올 것 같다는 느낌, 또 한 번 눈이 날아올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휴대폰 2대를 창문에 나란히 반대방향을 바라보게 거치시켜 놓고, 일부러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30분가량이 지난 시점에, 눈 뭉치가 집안으로 날아옵니다.
딱 걸렸어 이노무 새끼!!!!
반대쪽으로 뛰어가는 검은 실루엣. 욕을 시원하게 또 한 번 질러주고, 너 내가 다 찍었다고, 내일 아침 밝는대로 경찰한테 갈 거라고 소리소리를 질렀습니다. 영상에는 그 녀석의 모습이 찍혔습니다. 골목을 돌아 나오는 모습부터, 저희 창문 반경으로 비장하게 걸어오더니 창문에 거의 다 와서는 다다닥 뛰면서 열린 창문으로 눈뭉치를 쏙 던지고 그대로 도망갑니다.
흐리지만 스크린샷을 하고 사진을 확대하니 외형과 키 등을 알아볼 수 있겠더군요.

경찰서로 사진과 영상을 들고 가보았지만,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신고하고 싶으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고 접수하라는 도돌이표 같은 말만 되돌아옵니다.
드디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 다가옵니다.
마지막 날, 전날 저녁 창문을 통해서 집 안으로 눈을 던지고 간 그다음 날. 또 눈을 던집니다.

오늘은 못 참겠다. 겉옷을 걸쳐 입고 도망간 방향으로 나가봅니다. 주변 상점 주인들한테 조금 전에 이리로 도망가던 2명 남자아이들 못 봤냐고 아니 못 봤다고 하네요. 왜 그러냐길래,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다. 몇 번이나 이야기합니다. 그러고 돌아서는데,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길 건너 Kiosk 앞에서 두 녀석이 휘파람을 불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Ich bin hier!!" "나 여기 있어!!"
이러고선 저와 눈이 마주치니까 다시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네, 저를 조롱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눈이 까뒤집혀서 따라 뛰었습니다. 동네를 거의 두 바퀴를 돌고 중앙역 쪽으로 다가가는데, 두 명의 사내아이들이 좌측 골목에서 나옵니다. 긴가민가합니다. 저도 실루엣만 봤지 얼굴을 제대로 본 게 아니어서요. 그래서 휴대폰을 보는 척 그 뒤에서 서성였죠.
저를 의식했을까요? 갑자기 외투 후드를 뒤집어쓰더니, 중앙역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빙고! 저 녀석들이다! '
따라 뛰는데, 30대 중반을 넘어가며, 운동도 하지 않으며 저질체력이 된 저로서는 그 날쌘 10대 아이들을 따라갈 재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돌아오는데, 중앙역 로비(대합실)에 마스크 검사를 하던 경찰 2명이 있던 기억이 납니다.
경찰에게 다가가서
"혹시 조금 전, 2~3분쯤 전에 이리로 뛰어가던 남자아이들 2명 봤습니까?"
"왜 그러시죠?"
"Bla Bla Bla Bla..." (상황 설명 중)
"한 명은 좀 뚱뚱하고 한 명은 호리호리한 검은 머리 아이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저 진짜 몇 주 동안 시달렸고, 이놈들이 오늘은 저를 길에서 조롱하더군요. 꼭 잡고 싶습니다. 스트레스받아서 못 견디겠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혹시 보신다면, 아니 잡으신다면 저 XXXX에 사는데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네."
경찰관에게까지 하소연을 또 한 번 하고서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고 30분가량이 지났을까요?
경찰관 4명이 이 2명의 꼬맹이를 에워싸고 저희 건물로 다가옵니다.
이놈들이다. 부들부들.
경찰관이 벨을 누릅니다. 나가니 일단 한 명의 경찰관이 문 앞에 있더군요.
"일단 침착해라, 아이들을 잡았는데, 어리고 그저 장난으로 했다고 한다."라며 아이들을 대변합니다.
"알았다. 난 일단 아이들에게 직접 사과를 받고 싶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라고 하니 알았답니다.
그렇게 마주한 두 녀석들.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민자이거나 난민으로 보입니다.
"Es tut mir Leid."
라고 이야기합니다. 주머니에 손을 딱 찔러놓고,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다는 뉘앙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왜 그랬냐고 하니 장난이었답니다.
장난을 몇 주 동안 계속하고, 어제는 집 안으로 눈을 던지냐니까 오늘 처음으로 했답니다.
하하하하. 거짓말이 아주 수준급이더군요. 눈 하나 깜박 않고 거짓말이라니.
그래서 격분해서 더 추궁하니, 경찰이 한마디 거듭니다.
"니들은 어릴 때 이런 장난 한번 해본 적 없어?"
네 뭐라고요?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죠?
어이가 없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건 저희인데 말이죠.
뭐 그래도 아이들을 잡았고,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경찰이 그 아이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적어서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경찰과 헤어지고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주시하니, 골목 끝 어느 한 건물로 들어섭니다. 같은 골목길에 사는 주민이었습니다.
하하하하.
이렇게 찜찜하지만, 아이들을 잡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는 약속을 받았고, 사흘이 지난 지금. 아직은 던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 에피소드 하나를 가지고 인종차별, 혹은 저희에 대한 공격으로 치부할 순 없겠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녹은 물이 바닥에 흥건할 정도로 눈을 던지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저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창문이라는 벽에 갇혀있는 동물원의 원숭이들이었을까요?
여전히 조금은 씁쓸하게 이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참지 마세요. 항의하세요. 억울하다면 덤비세요.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고 만만해 보이는 겁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정말 때로는 지독히도 돌아가고 싶을 만큼 울분에 차는 날이 다가옵니다.
커뮤니티를 읽어보면 저보다 더 심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여성 분들, 어린 분들이 그러한데요.
모두들 무탈하게 원하는 바 이루고 좋은 일만 가득한 외국에서의 생활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방인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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