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역사에서 외국인 선수는 대개 강력한 선발 투수나 거포 타자의 영역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매 경기 출전 대기하며 엄청난 정신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마무리 투수(클로저)' 보직은 문화와 소통이 중요한 만큼 외국인 선수에게 선뜻 맡기기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압도적인 구위로 한국 타자들을 찍어 누른 '푸른 눈의 구원투수'들이 있었습니다. 1998년 외국인 제도 도입 이후, 단일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세이브를 수확하며 팀의 뒷문을 철통 보안했던 역대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세이브 TOP 10을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표로 10명의 선수들 먼저 만나보고 이야기 이어나가겠습니다.
| 1. 2012 프록터 (두산 베어스) / 35 세이브 | ![]() |
| 2. 2008 토마스 (한화 이글스) / 31 세이브 | |
| 3. 1998 스트롱 (현대 유니콘스) / 27 세이브 | |
| 4. 2009 애킨스 (롯데 자이언츠) / 26 세이브 | |
| 5. 2007 카브레라 (롯데 자이언츠) / 22 세이브 | |
| 6. 2001 리베라 (삼성 라이온즈) / 21 세이브 | |
| 6. 1998 앤더슨 (LG 트윈스) / 21 세이브 | |
| 8. 2014 어센시오 (KIA 타이거즈) / 20 세이브 | |
| 9. 2013 앤서니 (KIA 타이거즈) / 20 세이브 | |
| 10. 1998 파라 (삼성 라이온즈) / 19 세이브 |
🥇 1위 ~ 3위 | KBO 뒷문을 지배한 역대 최고의 클로저들
1위. 2012 스콧 프록터 (두산 베어스) — 35세이브
"뉴욕 양키스 출신의 품격, KBO 외국인 잔혹사를 끊어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베테랑"
- 📊 2012시즌 성적: 57경기 55.1이닝 4승 4패 35세이브 / 평균자책점 1.79
2012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스콧 프록터는 이름값부터 남달랐던 선수였습니다.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조 토리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마리아노 리베라 바로 앞을 지키던 특급 셋업맨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프록터는 강력한 직구와 베테랑다운 경기 운영을 앞세워 두산의 뒷문을 완벽하게 잠갔습니다. 시즌 중반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최종 35세이브를 기록하며 KBO 역대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정과 투지는 당시 두산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2위. 2008 브래드 토마스 (한화 이글스) — 31세이브
"불꽃 같은 강속구로 대전의 밤을 지킨 좌완 파이어볼러 클로저"
- 📊 2008시즌 성적: 59경기 64.1이닝 3승 6패 31세이브 / 평균자책점 2.80
한화 이글스의 황금기 끝자락이었던 2008년, 구대성의 뒤를 이어 마무리 중책을 맡은 선수가 바로 호주 출신 좌완 투수 브래드 토마스였습니다. 150km/h를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등판한 토마스는 시즌 내내 꾸준한 구위를 선보이며 31세이브를 수확, 구단 역사상 외국인 투수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때의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역수출되는 드라마를 쓰기도 한,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췄던 최고의 외국인 마무리였습니다.
3위. 1998 조 스트롱 (현대 유니콘스) — 27세이브
"외국인 마무리 투수의 시초, 현대 유니콘스 창단 첫 우승을 확정 지은 '철벽 클로저'"
- 📊 1998시즌 성적: 48경기 58이닝 6승 5패 27세이브 / 평균자책점 2.95 / 62탈삼진
1998년은 KBO 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대다수 구단이 거포 타자나 선발 투수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현대 유니콘스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구위를 지닌 우완 투수 조 스트롱을 선택해 뒷문을 맡기는 도박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현대 유니콘스 왕조의 서막을 여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스트롱은 낯선 한국 무대와 마무리라는 중책이 주는 압도적인 중압감을 이겨내고 묵직한 패스트볼을 뿌리며 리그 뒷문을 완벽하게 장악했습니다. 한 시즌 동안 무려 27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외인 마무리 투수도 KBO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위대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그의 커리어 하이라이트는 단연 1998년 한국시리즈 6차전이었습니다.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현대 유니콘스 창단 첫 우승의 감격적인 피날레를 장식한 주인공이 바로 조 스트롱이었습니다. 마운드 위에서 포수 박경완과 부둥켜안고 환호하던 그의 모습은 KBO 올드 팬들에게 외국인 클로저의 가장 강렬한 첫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 4위 ~ 9위 | 팀의 승리를 배달했던 특급 구원투수들
4위. 2009 존 애킨스 (롯데 자이언츠) — 26세이브
"거인 군단의 가을야구 본능을 깨운 '애교 장인' 클로저"
- 📊 2009시즌 성적: 50경기 51이닝 3승 5패 26세이브 / 평균자책점 3.88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노 피어(No Fear)' 시절의 롯데 자이언츠는 화끈한 공격력에 비해 뒷문이 항상 불안했습니다. 이 약점을 메우기 위해 영입된 선수가 바로 존 애킨스였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 롯데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으나, 정교한 제구력과 체인지업을 무기로 차곡차곡 세이브를 쌓아 올렸습니다. 최종 26세이브로 당해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특유의 유쾌한 성격과 팬 서비스로 '애동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5위. 2007 롯데 자이언츠 에스테반 카브레라 — 22세이브
- 📊 성적: 49경기 52.1이닝 1승 4패 22세이브 / 평균자책점 3.44
카브레라는 화려한 탈삼진 능력을 갖춘 투수는 아니었지만, 한국 타자들이 처음 접해본 지저분한 궤적의 묵직한 싱커를 앞세워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구대성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불펜의 중심을 잡은 그는 시즌 동안 꼬박꼬박 뒷문을 잠그며 22개의 세이브를 올렸습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다소 흔들리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한화 이글스가 2000년대 후반 치열한 순위 싸움을 뚫고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데 결정적인 소금 역할을 해낸 클로저였습니다.
공동 6위. 삼성 라이온즈 루이스 리베라 — 21세이브
- 📊 성적: 39경기 48.1이닝 6승 3패 21세이브 / 평균자책점 2.61
리베라는 당시 KBO 리그에서 보기 드물었던 시속 150km/h를 상회하는 묵직한 불같은 강속구를 뿌려대며 상대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눌렀습니다. 짧은 기간 등판하면서도 압도적인 구위로 21세이브를 수확, 평균자책점 2.61이라는 특급 성적을 남겼습니다. 다만 무시무시한 구위에 비해 고질적인 제구 난조와 돌발적인 부상 여파 때문에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즌 종료 후 타이거즈 팬들의 진한 아쉬움 속에 재계약에 실패하며 짧고 강렬했던 한국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공동 6위. 1998 마이크 앤더슨 — 21세이브
"재정난에 무너져가던 돌풍의 팀, 그 뒷문을 홀로 지켜낸 눈물의 소호신"
- 📊 1998시즌 성적: 43경기 54.1이닝 3승 5패 21세이브 / 평균자책점 3.48 / 41탈삼진
1998년의 쌍방울 레이더스는 모기업의 부도로 인해 주축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하며 팀 전체가 극심한 재정난과 전력 약화에 시달리던 눈물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쌍방울의 마운드를 외롭게 지킨 구원투수가 바로 마이크 앤더슨이었습니다.
앤더슨은 팀 승리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군말 없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약체로 평가받던 팀 전력 탓에 매 경기 타이트한 1점 차 승부처에 등판해야 하는 고독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배짱 두둑한 피칭으로 21개의 세이브를 수확했습니다. 비록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서서히 암흑기로 접어들었지만, 앤더슨이 보여준 헌신은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불꽃을 지탱해 준 위대한 버팀목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공동 8위. 2014 KIA 타이거즈 케일럽 어센시오 — 20세이브
- 📊 성적: 46경기 46.2이닝 4승 1패 20세이브 / 평균자책점 4.44
2014년 KIA 타이거즈는 극심한 마운드 붕괴로 인해 리그 최하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기는 경기 자체가 귀했던 팀 사정 속에서, 어렵게 찾아온 승리 기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투수가 케일럽 어센시오였습니다.
어센시오는 매 등판마다 팬들의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독특한(?) 피칭으로 유명했습니다. 주자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기보다는 꼭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한 뒤, 특유의 슬라이더로 간신히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극장 야구'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투수로서는 다소 높은 4.4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팀이 거둔 승수가 워낙 적었던 와중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기어코 2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최하위 한화의 자존심을 외롭게 지켜냈습니다.
공동 8위. 2013 KIA 타이거즈 앤서니 르루 — 20세이브
- 📊 성적: 41경기 46.2이닝 0승 3패 20세이브 / 평균자책점 4.24
앤서니 르루는 원래 2012년 KIA 타이거즈의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며 11승을 따냈던 검증된 선발 자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 KIA의 고질적인 불펜 방화와 마무리 부재 문제가 심각해지자 코칭스태프는 앤서니에게 "팀을 위해 뒷문을 맡아달라"는 파격적인 보직 변경을 제안했습니다.
자신의 보직 기득권을 내려놓고 구원투수로 변신한 앤서니는 시즌 전반기 동안 매 경기 혼신의 투구를 펼치며 KIA의 뒷문을 사수했습니다. 선발 출신다운 이닝 소화력을 바탕으로 묵묵히 20세이브를 쌓아 올렸습니다. 그러나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연투에 따른 급격한 구위 저하와 블론세이브가 잦아지면서 결국 교체되는 비운을 맞이했습니다. 비록 끝은 아쉬웠지만, 팀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기꺼이 옷을 갈아입었던 그의 이타적인 헌신은 투수진의 소중한 밀알이었습니다.
10위. 1998 호세 파라 (삼성 라이온즈) — 19세이브
"무려 60경기 출격! 대구 마운드를 구원한 전천후 애니콜 클로저"
- 📊 1998시즌 성적: 60경기 103.2이닝 7승 7패 19세이브 / 평균자책점 3.73 / 88탈삼진
1998년 대구 야구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호세 파라는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의 개념을 뛰어넘어, 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던 '애니콜' 같은 투수였습니다.
그해 파라가 출장한 경기 수는 무려 60경기에 달하며, 구원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03.2이닝을 소화하는 괴물 같은 내구성을 선보였습니다. 지독한 투수력 가뭄에 시달리던 삼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경기 중반 롱릴리프로 나와 멀티 이닝을 막아내고, 그대로 9회까지 책임지며 세이브를 올리는 경기가 허다했습니다. 그렇게 마당쇠 역할을 자처하며 쌓아 올린 19세이브는 삼성이 강타선을 앞세워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는 데 숨은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 기록 이면의 이야기: 왜 외국인 마무리 투수는 갈수록 보기 힘들까?
역대 순위를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위 기록의 대부분이 1998년~2010년대 초반에 몰려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 이후로는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KBO 리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습니다.
- '가성비'의 문제 (가장 큰 이유): 외국인 투수에게 쓸 수 있는 자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일주일에 2~3이닝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보다, 한 경기에 6~7이닝을 책임지며 150이닝 이상을 소화해 주는 '선발 투수'에게 거금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 문화적 차이와 소통: 마무리 투수는 야수들의 실책이나 심판 판정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포수와의 세밀한 호흡, 코칭스태프와의 실시간 소통이 필수적인 보직이다 보니 국내 투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 토종 마무리 투수의 성장: 오승환, 손승락, 정우람, 고우석 등 각 구단마다 팀을 대표하는 확실한 토종 클로저들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외인 마무리를 뽑아야 할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낯선 한국 땅에서 팀의 가장 무거운 짐인 '9회의 압박감'을 견뎌냈던 푸른 눈의 소호신들. 비록 선발 투수들에 비해 조명은 덜 받았을지 몰라도, 그들이 남긴 강렬한 투구와 짜릿한 세이브의 순간들은 여전히 올드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여러분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만들었던 외국인 클로저는 누구였나요? 프록터의 불 같은 강속구? 아니면 애킨스의 유쾌한 세레머니? 여러분의 추억을 댓글로 함께 공유해 주세요! ⚾
아래에서 해당 10명의 선수들의 KBO 통산 기록을 각각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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