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되면 프로야구 뉴스에는 ‘FA 대박’, ‘억대 연봉 계약’ 같은 화려한 소식들이 도배됩니다. 수십, 수백 억 원의 돈이 오가는 현대 프로야구를 보면 선수들은 언제나 화려한 갑(甲)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들은 구단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부상 시 방치, 터무니없이 낮은 최저 연봉에 신음하던 ‘을(乙) 중의 을’이었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구단의 거대한 자본에 맞서 인간다운 권리를 찾아온 유일한 방패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입니다.
선수협의 역사는 곧 KBO 리그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해 온 발전사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서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때로는 영웅으로, 때로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은 이들이 바로 '역대 선수협회장'들입니다.

구단과의 전면전을 불사해야 하기에 항상 '독배를 마시는 자리'라 불렸던 그 왕관의 무게. 1대 송진우 회장부터 현재 양현종 회장까지, 베일에 싸인 선수협회장들의 잔혹사와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기별로 완벽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PART 1.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란 무엇인가?
💡 선수들만의 유일한 자치 조직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KBO 리그에서 뛰는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자치 단체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 직장의 '노동조합'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죠.
화려한 스타 선수들뿐만 아니라 최저 연봉을 받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2군 선수들, 신고/육성선수들의 복지와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조직의 가장 큰 존재 이유입니다.
🗳️ 선수협회장의 역할과 선출 방식
선수협회장은 단순히 선수들의 얼굴마당이 아닙니다. 구단 사장단 모임인 KBO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선수단의 수장 자격으로 마주 앉는 최전방 대표자입니다.
- 주요 역할: 최저 연봉 인상 협상, FA(자유계약선수) 제도 개선, 비활동기간(12월~1월) 합동 훈련 금지 준수, 선수 초상권 수익 분배, 은퇴 선수 복지 등 리그의 굵직한 정책과 복지를 이끌어냅니다.
- 선출 방식: KBO 리그 10개 구단에 등록된 전체 프로야구 선수들의 100%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됩니다. 보통 팀 내에서 신망이 두텁고, 구단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차 높은 베테랑 최고 스타 선수들이 독배를 자처하며 후보에 오르게 됩니다.
🎬 PART 3. 역대 회장 명단으로 보는 KBO 선수협 잔혹사와 발전사
격동과 투쟁의 시기였던 1막부터 리더십의 황금기로 이어지는 3막까지. 그 격동의 시기를 파헤치기 전, 1대 송진우 회장부터 현재 13대 양현종 회장까지. 그 명단을 총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수 | 선수명 | 기간 | 당시 소속팀 | 비고 |
| 1대 | 송진우 | 2000.01 ~ 2001.07 | 한화 이글스 | 선수협 최초 창립 구단 방출 탄압 극복 |
| 2대 | 이호성 | 2001.07 ~ 2005.01 | 해태 타이거즈 | 선수협 사단법인화 완료 및 기틀 마련 |
| 3대 | 김동수 | 2005.01 ~ 2005.11 | 현대 유니콘스 | 초창기 강경 노선 수습 및 합리적 가교 역할 |
| 4대 | 이종범 | 2005.12 ~ 2007.12 | KIA 타이거즈 | 선수협 대중화 및 인지도 상승 기여 |
| 5,6대 | 손민한 | 2007.12 ~ 2011.12 | 롯데 자이언츠 | 집행부 비리 의혹 잔혹사 퇴진 |
| 7대 | 박재홍 | 2011.12 ~ 2013.03 | SK 와이번스 | 조직 쇄신 및 회계 감사 무너진 신뢰 재건 |
| 8대 | 서재응 | 2013.03 ~ 2016.01 | KIA 타이거즈 | 비활동기간 합동 훈련 금지 정착 |
| 9대 | 이호준 | 2016.01 ~ 2017.03 | NC 다이노스 | 선후배 화핟 보모 은퇴 후 장기 공석 |
| 10대 | 이대호 | 2019.03 ~ 2020.11 | 롯데 자이언츠 | 2년 공석 타파 최저연봉 인상 타결 |
| 11대 | 양의지 | 2020.12 ~ 2022.12 | NC 다이노스 | FA 등급제 정착 2군 및 무명 선수 복지 확대 기여 |
| 12대 | 김현수 | 2022.12 ~ 2024.12 | LG 트윈스 | 퓨처스리그 환경 및 경기장 안전 시설 개선 |
| 13대 | 양현종 | 2024.12 ~ 현재 | KIA 타이거즈 | 샐러리캡 및 신설 규정 속 선수 권익 대변 진행 중 |
✊ 1막: 맨땅에 뼈대를 세운 '격동과 투쟁'의 시대 (1대~4대)
"구단의 방출 협박과 탄압에 맞서 싸운 위대한 개척자들"

- 1대 송진우 (2000.01 ~ 2001.07) | 피눈물로 세운 최초의 방패 선수협의 시작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혈투였습니다. 2000년 1월, 구단 사장단은 선수협 결성을 주도한 송진우, 양준혁, 마해영 등 핵심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사실상의 보복성 방출)’로 묶어 야구계에서 매장하겠다며 전대미문의 협박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대선배 송진우는 흔들리지 않고 불이익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선수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결국 문화관광부의 중재와 팬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 구단의 항복을 받아내며 선수협의 합법적인 출범을 이끌어냈습니다. 1대 송진우 회장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선수협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2대 이호성 (2001.07 ~ 2005.01) | 사단법인화와 조직의 기틀 마련 초창기 투쟁의 열기가 지나간 후, 조직을 법적인 단체로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시기입니다. 임기 중 선수협의 공식 ‘사단법인화’를 이뤄내며 KBO 및 구단과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 비록 은퇴 후 사회적으로 거대한 비극적 사건을 일으키며 야구계에서 이름이 지워진 인물이 되었으나, 임기 당시 조직의 행정적 기틀을 다진 시기였다는 점은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 3대 김동수 (2005.01 ~ 2005.11) | 짧았던 과도기, 불꽃을 이어받다 현대 유니콘스의 전설적인 명포수 김동수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임기는 10개월 남짓으로 짧았지만, 초창기 강경 투쟁 노선에서 벗어나 구단과의 합리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선수협의 연속성을 지켜낸 든든한 가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 4대 이종범 (2005.12 ~ 2007.12) | '바람의 아들'이 가진 대중적 영향력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리던 이종범이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종범'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상징성과 대중적 인지도는 선수협의 목소리에 거대한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는 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대중에게 부드럽게 어필하는 한편, 선수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 2막: 내부의 갈등과 암흑기, 그리고 재정비 (5대~9대)
"비리와 불협화음의 진통을 겪고, 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루다"

- 5, 6대 손민한 (2007.12 ~ 2011.12) | 가장 길었던 임기, 그리고 잔혹했던 잔혹사 롯데의 에이스였던 손민한 회장 시절은 선수협 역사상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힙니다. 무려 4년이라는 장기 집행부를 이끌었으나, 임기 말기 집행부 내부의 비리 의혹, 선수 초상권 수익 분배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터지며 선수들 간의 불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손민한 회장 본인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며 선수협은 존폐 위기라는 최대의 암흑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 7대 박재홍 (2011.12 ~ 2013.03) | 무너진 신뢰를 재건하기 위한 소방수 구단과의 싸움이 아닌, 내부 분열로 무너진 선수협을 구하기 위해 ‘호타준족’ 박재홍이 독배를 자처했습니다. 박재홍 회장은 땅에 떨어진 선수협의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전면적인 회계 감사와 인적 쇄신을 단행했고,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데 성공하며 은퇴했습니다.
- 8대 서재응 (2013.03 ~ 2016.01) | 메이저리그식 선진 시스템 도입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경험했던 서재응 회장의 취임은 선수협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선진적인 선수노조(MLBPA)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비활동기간(12월~1월) 단체 훈련 금지 조항을 강력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구단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휴식권과 부상 방지를 위해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던 지독한 뚝심의 리더십이었습니다.
- 9대 이호준 (2016.01 ~ 2017.03) | '로또준' 형님의 든든한 가교 리더십 특유의 유쾌하고 호탕한 성격으로 선후배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호준 회장입니다. 서재응 회장이 닦아놓은 선진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켰으나, 그의 은퇴 이후 KBO 리그에는 "회장을 맡으면 구단 눈치가 보이고 피곤해진다"라는 인식이 퍼지며 약 2년 가까이 회장이 선출되지 못하는 초유의 '회장 공석 사태'가 벌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 3막: 거물급 스타 리더십과 황금기 (10대~13대 현재)
"최고의 몸값, 최고의 스타들이 약자들을 위해 방패를 들다"

- 10대 이대호 (2019.03 ~ 2020.11) | 거인의 어깨로 밀어붙인 정면돌파 2년의 공석을 깨고 전체 선수 투표를 통해 당선된 인물은 다름 아닌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였습니다. 그 누구도 감히 터치할 수 없는 거물 스타가 회장을 맡자 구단들과 KBO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기 중 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 등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잔혹사를 겪기도 했지만, 이대호라는 압도적인 이름값을 무기로 최저 연봉 인상(2,700만 원 ➡️ 3,000만 원)을 단숨에 관철시키는 굵직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 11대 양의지 (2020.12 ~ 2022.12) | 2군 선수들을 위한 '부드러운 카리스마'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화려한 스타였던 양의지 회장의 시선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를 위협받던 2군 선수 및 육성선수들의 복지 지원금을 대폭 확대했고, 수년간 풀지 못했던 'FA 등급제'의 안착을 이끌어내며 선수들의 이적 자유를 넓혀준 실속파 회장이었습니다.
- 12대 김현수 (2022.12 ~ 2024.12) | 캡틴의 리더십, 실질적 복지의 완성 두산과 LG에서 모두 주장을 맡으며 검증된 리더십을 보여준 김현수가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그는 경기장 내 선수들의 안전 문제, 퓨처스리그 경기 환경 개선 등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캡틴 출신답게, 선수협의 결속력을 현대 야구에 맞게 가장 단단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13대 양현종 (2024.12 ~ 현재) | 대투수가 이어받은 위대한 대장정 그리고 현재, KBO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좌완 투수 중 한 명인 양현종이 선수들의 선택을 받아 선수협을 이끌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야구계 시장(샐러리캡 도입, 피치클록 등 새로운 제도 변화) 속에서 선수들의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흔히 팬들은 수억,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화려한 1군 스타들의 모습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KBO 리그 등록 선수의 절반 이상은 언제 방출당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최저 연봉을 받으며 뛰는 2군 선수들과 육성선수들입니다.
역대 선수협회장 자리가 '독배'라고 불렸던 이유는, 내 소속 구단의 눈치를 보아가며, 때로는 내 커리어에 불이익이 올 것을 각오하고 이 약자(지망생, 2군 선수)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임기 동안 크고 작은 논란과 부침도 있었지만, 2000년의 뜨거웠던 투쟁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 선수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게 해준 역대 회장들의 헌신에 야구팬으로서 따뜻한 박수를 보냅니다.
🔥 여러분이 기억하는 역대 선수협회장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리더십은 누구인가요? 혹은 당시 눈물겨웠던 투쟁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구독과 공감은 블로그 운영에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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