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시작합니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인간이 짐승보다 못하면 어찌 되는지 아느냐. 분노한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네가 살려달라는 게 네가 아니구나. 그대는 운이 좋았다. 마음 약한 신을 만났으니. 오늘 밤은 누가 죽는 걸 보는 게 싫어서 말이다.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
너는 기억해야지. 이 모든걸 기억해야지.
처음엔 차 한잔 못 마신 이 순간을 후회할 거야. 다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유를 되짚을 거야. 그리고 깨달을 거야. 그 어떤 순간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넌 이미 지옥에 있다는 걸.
온몸이 매일 조각조각 찢길 거야 고통에 몸부림치는 매 순간 너는 니가 한 짓을 후회하겠지만, 그 고통은 끝나지 않을 거야 영원히.
그간 편안하였느냐. 자네들도 무고한가.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있고, 편안하지 못하였네.
알바생 넌 나 없을 때 땡땡이 치고 놀면 돼.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하면 사장은 몰라, 알바생. 놀아~
죗값은 경찰서에 가서 치르면 된다. 내게 치르지 않게 된 걸 감사히 여겨라. 신은 때론 니가 핍박하는 자들 사이에 숨어 있는 법. 감사 인사는 저 아이에게 하고.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람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난 내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는 당차고 씩씩한 도깨비야.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그 아이의 웃음에,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르던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나는 사라져야겠다.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 더 행복해지기 전에.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이국의 땅에도 전쟁이 끊이질 않는다. 칼로 활로 땅을 빼앗고 곡식을 빼앗고 생을 빼앗는다. 이국의 신도 고려의 신도 다 한통속이다. 함께 고려를 떠나왔던 어린 손자의 손자를 묻었다. 나는 작은 방구석 의자에 앉아 몇 날 며칠을 보냈다. 나의 유서는 죽음을 앞두고 남기는 말이 아니다.
신이여, 나의 유서는 당신에게 죽음을 달라는 탄원서다. 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 적도 있으나 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이생을 끝내려 한다. 허나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신이 정말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는 거라면 날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닌가 싶다.
생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죽음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생으로 사로 너는 지치지도 않고 걸어온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서럽지 않다. 이만하면 되었다. 된 것이다 하고.
넌 스물아홉살에도 저승사자랑 만나질 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그게 기타누락자의 운명이야. 이승엔 질서가 필요하고 아홉은 신의 수이자 완전수인 열에 가장 가까운 미완의 숫자니까. 이 또한 잘해봐.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
이 아이로 인해 이제 난 이 불멸의 저주를 끝내고 무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인간의 수명 고작 백 년, 돌아서 한 번 더 보려는 것이 불멸의 나의 삶인가... 너의 얼굴인가... 아... 너의 얼굴인 것 같다.
때론 부모가, 자식이, 형제가 서로서로에게 수호신이 돼 주기도 한다. 그저 난 샌드위치를 건넬 뿐. 저자를 구한 건 내가 아니라 저자의 딸이다.
나의 생이자 나의 사인 너를 내가 좋아한다. 때문에 비밀을 품고 하늘에 허락을 구해 본다. 하루라도 더 모르게... 그렇게 백 년만 모르게...
그렇게 백 년을 살아 어느 날,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첫사랑이었다 고백할 수 있기를 하늘의 허락을 구해본다.
흐릿한 불빛~ 소박한 안주~ 쓴 소주~ 비정한 정서~ 도처에 낭만이 가득!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완벽한데... 첫 키스요.
아가, 더 나은 스승일 순 없었니. 더 빛나는 스승일 순 없었어?
계속 이렇게 집에만 갇혀 살 순 없어요. 이 집에 갇혀서 덜덜 떨면서 오래 살면 그건 사는 게 아니니까. 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을 살아야죠. 알바를 가고 대학 입학 준비를 하고 늘 걷던 길을 걷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구요. 그게 삶이라는 거니까.
그러니까 아저씬 죽어라 저 지켜요. 전 죽어라 안 죽어 볼라니까. 나 아저씨 믿어요. 엄마가 날 어떻게 낳았는데요. 내가 어떻게 붙은 대학인데요. 살 이유가 너무 많아요. 그중에 도깨비 씨가 특히 절 살게 하구요.
아니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숨이 안 쉬어져서
너무 위험해서
저는 저승사자입니다. 안 될 줄 알면서 해피엔딩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역시 비극이네요. 우리 그만 헤어질까요.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투덜대기에, '기억을 지운 신의 뜻이 있겠지' 넘겨짚기에. 늘 듣고 있었다. 죽음을 탄원하기에 기회도 줬다. 한데, 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
기억을 지운적 없다. 스스로 지우는 선택을 했을 뿐 그럼에도, 신의 계획 같기도 실수 같기도 한가?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행복했던 순간들만 남기래놓고 당신을 잊으라니 순서가 안 맞지. 당신이 있는 모든 순간이 슬프고 힘들었던 것조차 다 그조차도 나는 다 좋았네요.
근데 난 어떻게 이번 생에서조차 당신에게 반했지... 성안이 훤하셔서 그런가. 자요. 진짜 헤어져요 우리. 이번 생에는 안 반할래. 내가 당신한테 줄 수 있는 벌이 이것밖에 없어. 굿바이 폐하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 생각한 당신에게.
눈 마주친 순간 알았죠. 당신도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때문에 이생에서 우린, 각자의 해피엔딩 속에서 이 비극을 모른척 해야 한다는 걸.
부디 다음생에서 우린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핑계없이도 만날 수 있는 얼굴로, 이세상 단 하나뿐인 간절한 이름으로, 우연히 마주치면 달려가 인사하는 사이로, 언제나 정답인 사랑으로, 그렇게 만나지길 빌어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어쩌면 김우빈, 어쩌면 왕여인 당신...부디 오래오래 잘가요.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니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또 날이 적당한 어느날, 이 고려남자의 신부가 되어 줄래?
너무 오래 마음 아파하지 말고, 또 만나러 올 거니까 나 잘 기다리고, 비 너무 많이 오게 하지 말고 시민들 불편하니까.
잠깐만 없을게요 약속할게요. 이번엔 내가 올게요. 내가 꼭 당신 찾아갈게요. 다음 생엔 꼭 생명 가득하게 태어나서 오래오래 당신 곁에 있을게요. 그렇게 해달라고 저 위에 가서 제가 졸라볼게요.
빨리 올게요. 막 뛰어갔다가 올 때도 막 뛰어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