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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2-07. 부디, 얼지 않게끔 - 강민영

o헤어곽o 2022. 2. 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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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강민영 저
자음과 모음 출판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부디, 얼지 않게끔』이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 여덟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강민영 작가의 첫 소설이자 첫 세계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문장”(노태훈 평론가) “신인의 패기”(소영현 평론가) “정확한 문장으로 세계를 직조해낼 줄 아는 작가”(안보윤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고 등장한 강민영 작가의 소설은 특히나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가만가만 움직인다.

“얼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종산 소설가)이 들게 하는 이야기. 이 시대의 불안한 삶을 예민하게 드러내면서도 타인과 맺는 관계와 사람들의 선의를 통해 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는 듯하다.

소설은 어느새 변온인간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나(최인경)’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달라진 내가 겪고 마주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담겨 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직장 동료 송희진이 있다. 공기를 가르며 달리고, 푸르른 산길을 오르고, 밥을 나누어 먹고, 쉼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체온을 확인했던,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도와주는 두 여성의 잔잔하고 단란한 연대가 소설에서 그려진다.

 

- 작가 소개 -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영화매거진 『cast』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지은이의 말
소설이 쓰인 2019년의 겨울은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그 어떤 때보다 춥고 매서웠다. 겨울을 앞두고 그해의 10월과 11월에 연달아 세상을 떠나야 했던 두 여성에 관한 소식 때문이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들의 틈새에서 우울과 슬픔을 겪었다. 이따금씩 글을 쓰다가 말갛게 웃고 있던 그녀들의 미소가 생각나 한참을 멍하니 정지해 있곤 했는데, 그 시간들의 일부분이 소설에 엮이게 되었다. 불특정 다수의 위해가 닿지 않는 곳에 그녀들이 온전히 당도했기를 바랐고, 희진과 인경도 종국에는 겨울을 지나 ‘안전한’ 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지구가 한 번 공전하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에도 무사히 살아남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은 채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 그 과정을 전하고 싶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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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준으로 채 100페이지가 되지 않는 그리 길지 않은, 그렇다고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긴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일 수도 있는, 우리 건물 상가 1층에 있는 사무실일 수도 있는 그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써, 쉽게 읽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2명의 주인공이 있는데요, "나"로 정의되는 "인경"이라는 인물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희진"은 같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경영지원팀의 직원입니다. 파트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회사라고 해도 말 한마디 쉽게 섞어보지 않았던 2명의 주인공은, 우연찮은 기회로 베트남 출장을 함께 떠나게 됩니다. 아,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네요.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인경과, 더위를 엄청 잘 타는 희진. 다르게 말해, 추위에 약한 인경과, 추위에 강한 희진입니다.

 

그렇게 남이라고 하기에는 가깝고, 동료하고 하기에는 또 그렇게 왕래도 없는 조금은 먼 사이인 그녀들은 베트남 출장을 함께 떠나게 되고, 베트남의 습한 기후에서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인경을 발견하는 희진의 모습에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함께 '변온동물'에 대해서 찾아보고, 공유하고, 대화를 합니다.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매일같이 통화를 하고 하루의 일상을 보고(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이 되죠.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되면서 급격히 체력을 잃어가는 인경. 그리고 그 인경을 보살펴주고 챙겨주는 희진.

 

하지만, 무언가 더 전개가 있을 것 같고, 뒷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 같은 소설은, 회사에 장기 병가를 낸 인경이 냉장고 박스를 구해 그 속을 자기의 겨울잠을 자기 위한 공간으로 따뜻하게 만든 후, 희진이 인경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며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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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마무리 했을 때 저는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먼저 해보게 되었습니다. 공상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잔잔하고, 무언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무덤덤한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데요, 독서를 끝내고 이런저런 내용들을 찾아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소개에는 짧게 "부디 얼지 않게끔 하려는 마음들로 가득한 따스한 마음을 지닌 소설" 이라는 소개글이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지인 여행사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겪게 되는 일상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곽부장과 정팀장으로 소개되는 인물과의 대립, 그리고 회사 메신저에서 터져 나는 가십거리들. 우리네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 속에서 타인들에게는 가십거리이고 단순한 이야깃거리인 두 여인이 소소하게 서로를 위하며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개인주의라는 미명 하에 잃어가고 있는 사회 속의 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기도 한데요. 더불어 그 둘은 바로 우리네 사무실에도 있는 것 같은,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주쳤을 것 같은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인 동시에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기를 바라게 되는 아름다운 인물"로 묘사됩니다.

 

"잘 자요... 깨어나면 떡볶이 먹으러 가요..."라는 인사를 들으며 잠에 빠지는 인경. 그리고 그런 인경을 바라보며, 그녀가 잠들어 있을 때 그녀를 챙겨주는 희진. 유난히 땀이 많고 더위에 약한 체질인 희진은 따로 대꾸하기 싫어서 사내에서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는 그녀의 풍문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지내는데요, 그런 희진에게 인경은 어쩌면 자신을 보는 듯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에게서 위안을 받고, 서로를 위하는 그녀들, 인경과 희진. 인경이 잠에서 깨었을 때,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그간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이어가며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는 날이 오기를.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아무도 얼지 않게끔. 그런 소소한 바람과 이야기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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