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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2-09.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o헤어곽o 2022. 3. 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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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출간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모든 요일의 기록』은 “한 줄의 문장을 짓기 위해 수백 개의 감각과 기억을 사용하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독립 광고 대행사 TBWA KOREA의 카피라이터인 저자의 특별한 기록법에 대한 이야기는 고여 있던 우리의 일상을 자극하며 즐거움을 더해준다. 스스로를 “같은 구절을 수백 번 읽어도 고스란히 잊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과장이 아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쓴 카피 한 줄도 못 외우는 카피라이터”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 모든 악조건을 성실한 ‘기록’으로 극복해냈다. 그리고 17년 차 카피라이터가 아이디어를 키워나가는 과정들을 이 책에서 꼼꼼하게 그려간다.

 

- 작가 소개 - 

 


남자 이름이지만 엄연히 여자. 광고회사 TBW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자주 책을 읽고, 때때로 글을 쓰고, 매번 떠나고 싶어 한다.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등을 썼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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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경험에서 내 머리는 그 곡을 ‘기억’ 하지 못하지만, 내 몸에는 그 눈물이 ‘기록’되어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에도 그 줄거리나 주인공의 이름은 ‘기억’ 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도 그 책을 떠올리면 심장의 어떤 부분이 찌릿한 것은 내 몸에 그 책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자전거 배우기와 같아서 한번 강렬하게 몸에 기록된 경험들은 어지간해서는 지워지지 않는다.”

 

기록과 기억이란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지 첫 구절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 제목에서도 그러하듯 작가님은 기억보다는 기록을 좋아하죠. 아니, 어쩌면 기록을 해야한 했었을 것입니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그 노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 몸에는 그 눈물이 기록되어 있다."라고 그녀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 문장으로 기억과 기록에 대한 정의를 완벽하게 내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책을 끝까지 읽으면 그녀에게 쓰다, 혹은 기록하다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데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아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기록은 1장 읽다(독서)에서 시작을 해서, 2장에서는 듣다(음악), 3장에서는 찍다(사진), 그리고 4장에서 배우다를 넘어 5장에서 쓰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각 장에서 다루는 이야기마다 저와 무척이나 닮아있는 생각, 상황, 에피소드들이 물려있던 터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장 읽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남편의 은사님을 찾아갔을 때에 그분의 낡은 책 한권. 유물, 혹은 폭탄을 맞기라도 한 것처럼 세월을 가득 머금은 그 책 한 권을 보면서 그분의 모든 시간을 다 본 기분이었다고 하는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책 한 권이 그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죠. 그 책의 글자 한자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책은 모든 것을 제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고 말이죠, 그 책을 통해서 그 교수님의 시간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이죠. 아쉽게도 그 책을 찍은 사진이 없는 터라 그 책의 모습을 상상으로만 펼쳐보아야 했는데요, 제게는 저를 보여주는 책 한 권이 어느 책일지 고민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잠시 제 손을 떠나 있지만 중학교 시절 처음 접해 이사를 거듭할 때에도 이사 박스에서 놓지 않았던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떠오르네요. 내용뿐만이 아니라 그 책을 선물로 받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만난 사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있기에 그 책이 떠오르지 않는가 생각을 합니다.

 

더불어 그녀가 책에서 언급을 한 몇권의 책이 있는데요, 그녀에게 책의 소중함 혹은 밑줄 하나도 쉽게 그을 수 없었던 책이라고 평한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이라는 책과, 앤 팬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김상봉 님의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김화영 님의 [행복의 충격]이라는 책을 한쪽 페이지 구석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녀를 그렇게 감명시켰던 카뮈의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을 접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2장 듣다에서는 포르투갈 여행중에 만났던 어느 골목길의 프리마돈나가 떠오르네요. 가족들과 모두 시간을 보내 텅 빈 골목. 어둠이 내려앉고,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추운 겨울날. 그 겨울의 골목을 따뜻하게 채워주던 거리의 악사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던 잡화점 주인 할머니의 노랫소리. 삼삼오오 모여드는 청중들과, 자신의 악기를 가져와서 함께 즐기며 연주하는 사람들. 그 모든 스토리와 배경이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3장 찍다에서 그녀는 그녀의 사진에 대한 대상으로 [벽]이라는 대상과 [늙음]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우연히 찍은 벽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그녀의 벽 사진 컬렉션. 벽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풍파. 그 시간 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토리들이 벽을 통해서 보인다는 그녀. 벽을 통해서 여행을 하고, 그 여행지에서 벽을 통해서 그 마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그녀의 첫 번째 작은 전시회의 주제였던 시간의 색깔. Color of Age. 그렇게 그녀의 사진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3장의 마지막에 소개된 그녀의 사진 몇 점을 보고 더 이상 그녀가 흔들리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하고 고요함. 하지만 햇살을 가득 머금어 봄날의 햇살 같은 따스함을 가진 사진이 보였습니다. 아마 그녀의 마음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따뜻함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4장 배우다에서 그녀는 공방에서 도예를 배웁니다. 도예를 배우면서 켜켜이 쌓인 시간과 연습이 결국에는 어느 한 순간 번쩍한다는 것을. 그 한순간에 그녀는 그것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쌓아온 그 시간들이 그 한순간의 이해를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장에서 나온 야구 이야기, 그리고 병뚜껑 수집. 저도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삼성 라이온즈 만세!!) 병뚜껑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는데요. 그녀의 병뚜껑 컬렉션을 조금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병뚜껑들이 있거든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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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다]라는 단어에서는 최근 독일에서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될 때, 사수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에게 일을 알려주고 지시하고 함께하는 Heino라는 할아버지(아저씨) 직원분이 생각이 납니다. 아무래도 언어적으로 완벽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공적으로 현장에서 쓰는 용어들을 모두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반복하셨죠. 그리고서는 제가 사회인이 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음에도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저의 자신감을 하락시킬까 한마디를 덧붙이셨는데요, "지금 나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한다. 지금 내가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우리는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도 그 이야기가 잊히질 않네요. 너무 멋진 할아버지입니다.

 


 

마지막 5장. 쓰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쓰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서 그녀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내용을 아껴두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제 그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글을 쓰는 것을 자신의 우울함, 혹은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을 컨트롤할 수 있고 담담히 풀어낼 수 있는 매개체였습니다. 글을 씀으로 인해서 복기할 기회가 주어지니까 쓸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쓰면서 그 막연함을 약간이라도 구체화할 수 있으니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으니까, 내 감정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으니까... 그녀는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글을 쓸다는 것은 상처를 받은것이고, 우울함의 방증이던 그녀는 현재의 남편을 만나면서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지 않았고 행복했기에, 그렇기에 더 이상 글을 쓰면서 괴롭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감정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5개의 장을 통해서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어쩌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드리지 않았나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못다 전달해드린 이야기들이 있기에 마무리하기에 아쉽기도 한데요, 그렇기에 책을 읽어보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있어서는 어쩌면 4장. [배우다]라는 장이 이 이야기의, 이 책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책도, 독서도, 음악도, 사진도,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도. 그 모든 것들은 배움 안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네 인생은 계속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사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성장하고 또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자신을 더 밝고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여러분들도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나날들이 이어지는 내일이, 내년이 되시길 바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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